분류 전체보기71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10월의 마지막 주말 저녁을 위해 몇 주전 예매해둔 공연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확인한 참사 소식에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젊은 생명들이 무능한 행정 시스템으로 또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은 이런 무거운 마음을 위로해준 공연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스테이지에 김도현 님이 올라섰는데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위해 첫 곡을 연주한다고 했다. 부조니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작곡했다는 곡은 바흐에게 영감을 받아 대위법으로 무척 풍부한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무거운 마음에 위로가 된 첫 곡이었다. 곧 이어 내가 이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꼭 봐야겠다고 결심한 두 곡이 연주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 2022. 10. 31. <우리가 별을 볼때> 이혜오 장편소설 팬픽과 BL물. 내가 학창시절일 때는 없던 문화라 늘 궁금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꽤 많은 매니아들이 있어서 매번 놀란다. BL물 같은 경우는 몇 편을 보기도 했는데 어떤 것들은 단순히 '남녀'를 '남남'으로 치환한 정도로 여겨지기도 했다. 여전히 잘 모르고 더 알아갈 필요가 있는 분야다. 이 중 팬픽을 소재로 한 소설이 있어서 읽어 보았다. 실은 제대로 팬픽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다. 오래 전, 같이 일하게 된 배우를 소재로 한 팬픽이 있다기에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싶어서 본 적이 있는데.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의 경험 때문인지 팬픽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것도 같다. 이 책도 어딘가 거칠고 미숙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놀랍게도 문장이 매우 좋고 감성이 풍부했.. 2022. 10. 27. <이 와중에 스무 살> - 최지연 장편 소설 ‘이 와중에’라는 제목의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말의 의미를 뜯어보자면, ‘도무지 어떤 것을 행하거나 받아들일 상황이 아닌데 자연적으로 혹은 불가항력적으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이 와중에’ 스스로와 주변을 더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특별한 상황 설정이나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무살 무렵의 주인공과 열 여덟 살 차이나는 엄마의 삶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어렵게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는 주인공 은호는 이혼 후 서울로 올라온 엄마와 생활한다. ‘성장 소설’이라는 타이틀답게 은호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뿐만 아니라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은호와 엄마가 다투는 상황이 매우 리얼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은호에게 이입했.. 2022. 10. 25. <침묵의 소리> -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나의 이야기' 피아니스트 임현정. 몇 년전부터 즐겨 듣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알게 되었다. 연주 스타일이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독보적이고 임팩트가 있었다.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도 기획되는 공연도 기존의 클래식 연주자들과는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이 피아니스트에 대해 알아 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12세에 혼자 프랑스로 유학, 파리 국립음악원 최연소 입학(15세), 조기 수석 졸업 등 스펙이 너무나 화려했다. 그냥 '천재'다. 20대 때 첫 앨범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서 빌보드 클래식 1위까지 이뤘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모르다가 근래에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되니 엄청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30곡이 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대개는 빨라야 4.. 2022. 10. 24. <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 청소년 심리와 자기 돌봄> 하지현, 창비 어른이라면 누구나 10대를 겪었지만 10대들의 마음을 알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어른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우리집의 청소년만 생각해도 그렇다. 아이가 나타내는 행동을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몸은 성장했지만 아이 스스로도 본인이 겪는 감정의 정체를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줄곧 내뱉는 말이 '짜증나' 일관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도 속이 타지만 아이 스스로도 많이 힘든 시기, 그게 사춘기일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의 심리를 다룬다. 거창하게 뇌과학이나 심리 분석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복잡 미묘한 '내 안의 감정'을 어떻게 분류하고 이름 붙이는지 알려준다. 이를테면, 소심함과 신중함을 구별하거나 자존.. 2022. 10. 19. <여학교의 별> 1, 2권 - 와야마 야마 얼마 전 지인이 추천한 만화책인데 파트너가 구입해 와서 보게 되었다. 파트너는 '내 취향 아님'이라고 선을 긋더라. 그런 반응 뒤에 읽어보았는데, 처음엔 '이게 뭔가' 싶더라. 하지만 결정적으로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종종 있다. 유머가 일단은 따스하다. 그리고 그 결이 매우 미세하다. 이런 것을 웃음의 소재로 풀 수도 있구나 싶다. 오래 전에 본 '아즈망가 대왕'도 같은 학원 배경에 자자한 코미디로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생각이 났다. 물론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여하튼 독특하다. 그 동안 보지 못한 유머다. 취향에 맞다면 완전히 빠져들 듯. 2022. 10. 18. 이전 1 2 3 4 5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