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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침묵의 소리> - 열정의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나의 이야기'

by 가늘고길게 2022. 10. 24.

 

 

피아니스트 임현정. 몇 년전부터 즐겨 듣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알게 되었다. 연주 스타일이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너무나 독보적이고 임팩트가 있었다.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도 기획되는 공연도 기존의 클래식 연주자들과는 달라서 인상적이었다. 이 피아니스트에 대해 알아 갈수록 놀라운 사실들이 많았다.

12세에 혼자 프랑스로 유학, 파리 국립음악원 최연소 입학(15세), 조기 수석 졸업 등 스펙이 너무나 화려했다. 그냥 '천재'다.

20대 때 첫 앨범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서 빌보드 클래식 1위까지 이뤘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모르다가 근래에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되니 엄청난 것임을 알게 되었다. 30곡이 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대개는 빨라야 40대에 연주하곤 한다.

한 편으로는 이 피아니스트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었다. 국내외 클래식 음악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더 큰 공연도 자주 하고 유명한 클래식 행사에도 자주 초청되면 어떨까 싶었다. 메이저 기획사가 붙어 이 천재의 재능을 더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관심을 갖고 보니 클래식 음악계도 역시 비즈니스이고 소위 '팔리는' 음악가는 재능과 더불어 시스템이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임현정은 다른 음악가들과는 추구하는 길이 아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지고 평가되고 관습과 권위를 추구하는 그런 클래식은 임현정과 맞지 않다. 자신이 느낀 진정한 음악을 표현하고 영적인 경험을 나누려는 고유한 길을 가고 있다고 느꼈다. 아예 길이 다른 것이다.

프랑스어 원문을 번역한 책이라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다. 프랑스에서 겪은 인종차별이나 고난은 안타까웠다. 성공에 관한 부분은 그 과정을 더 자세히 알려줬더라면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임현정 피아니스트를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오타를 발견했다. '자유자재'가 '자유자제'로 표기되어 있었다. 무려 두 번이나. (초판본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