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육아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시절이다. 갓난 아이와 산후조리라는 명목으로 외출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던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다.
집에서 대학까지 통학한 5년과 출퇴근 했던 7년 간 지하철을 이용했다. 편도로 40분에서 한 시간 동안 머물게 되는 공간이 좋았다. 부족한 잠을 채우거나 공상을 하기도 했지만 나는 주로 책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고 책을 펼치면 놀라운 집중력이 생기게 된다.
전업주부였을 때 이런 지하철이 그리웠던 이유는 철저하게 나만을 위한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시 지하철을 탈 상황이 생기고 나서 다시 온전히 나를 위한 집중공간을 되찾았다. 책도 읽고 팟캐스트도 듣고 간혹 영화도 보았다. 하지만 지난 반년 간 일터가 집과 가까워지면서 이 특권을 아쉽게 누려왔다.
올해부터 새 일터로 출퇴근하는 왕복 한 시간 반 동안 나만의 시공간을 얻게 되었다. 지하철 출퇴근자의 특권을 제대로 누리게 되었다.
지금 이 글도 휴대폰으로 쓴다. 물론 지하철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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