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언니의 아들이 지난주 금요일에 죽었다고 한다.
나와 10년도 넘게 차이나는 사촌 언니와는 자라오면서 별 추억도 없었고 그 동안 왕래하던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언니는 엄마가 생전에 가장 아끼던 조카였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계셨을 때는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근황을 자연스럽게 알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그게 더 이상 쉽지 않았지만, 서로 안부를 묻지 않아도 '잘 지내고 있으려니'하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관계였다.
정말 오랜만에 작년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언니는 하나 뿐인 아들을 '다 키워놓았다'는 여유를 보이셨다. 아들이 IT 전공자라 자유로운 외국 기업으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하신 기억이 난다.
우리집에 조금 남아 있는 그 조카의 흔적들이 있다. 조카가 어린 시절, 언니네 가족은 미국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영어 동화책과 장난감이 많았다. 그런 물건들을 이 조카, 저 조카들이 물려 받다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온 것이다. 남에게 주기엔 낡았지만 버리기에는 멀쩡해서 몇 개는 여전히 집에 있다. 가끔 그것들을 보면서 '이제 청년이 된 이 물건의 주인은 잘 살고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스물 아홉살.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명문대를 졸업해서 언니가 늘 자랑스러워했고 가족과의 관계도 원만했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지 않길래 방문을 열어보니 숨을 쉬고 있지 않더란다. 평소에 지병도 없었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는데 젊은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도 있나?
다 키워놓은 자식이 하루 아침에 예고도 없이 허무하게 떠났으니 가족들의 심정이 어떨지 헤아릴 수도 없다. 삶과 죽음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너무 젊고 아까운 사람을 이렇게 데려가다니. 만약 신이 있다면 항의하고 싶을 정도다.
떠난 젊은 조카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언니와 남은 가족들께 온 마음을 다해 위로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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