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많은 도시인들에게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비교적 저렴하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이면서도 잠시 현실과 차단되어 스크린 속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캐스팅>은 ‘영화관 소설집’으로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들마다 영화관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조예은, 윤성희, 김현, 정은 작가는 판타지적으로 풀어냈고 박서련, 조해진, 한정현은 현실의 공간으로 영화관을 활용했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냈든지 간에 영화관은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되는 곳이라는 것은 같았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박서련 작가의 ‘안녕, 장수극장’이다. 작은 마을의 유일한 극장이 폐관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극장이 폭파될 때 그것을 지켜보던 장년의 토토가 눈을 지긋이 감으며 추억에 젖는 장면이 생각났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윤송이는 장수극장의 딸이다. ‘시네마 천국’의 토토처럼 구질구질한 감상에 젖지 않는 세상 쿨한 청소년이다. 하지만 학교 축제에서 벌어진 일은 송이의 냉소적인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린다.
조해진 작가의 ‘소다현의 극장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등장한 모녀 관계가 특별했다. 비혼의 여성에게 입양된 딸이라는 관계가 요즘 시대와 어울리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영화관은 통상 우리가 말하는 상업적인 영화관은 아니다. 하지만 수록된 작품 중 가장 가보고 싶은 영화관이다.
그 밖의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앞서 출간된 도서관 소설집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도 궁금해졌다. 또 특정 공간을 주제로 한 다음 소설집이 나온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꽤 재미있는 상상거리가 되었다.
'컬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 - 일하는 자의 가난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0) | 2022.11.14 |
---|---|
<쇼팽 스페셜 콘체르토 vs 콘체르토>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형록, 김도현 공연 후기 (0) | 2022.11.11 |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DR's Pick 3 '세헤라자데' - 선우예권 (0) | 2022.11.04 |
<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 아넵 에세이 (0) | 2022.11.01 |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0) | 2022.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