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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킹

제과기능사 자격증 두 번만에 딴 후기 + 따길 잘 했다

by 가늘고길게 2019. 10. 4.

벌써 1년이 넘은 시점이지만 기록에 의미를 두고 글을 남긴다.
소프트롤로 첫 제과 기능사 시험에 탈락한 뒤 다시 시험을 신청했다. 마침 그 때 막 취업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제과 제빵 계열은 아니었음) 실기 시험을 신청하고 치르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큐넷으로 시험을 한 번이라도 신청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단 접속부터가 쉽지가 않다. 시험일 공고가 뜨기 최소 5분 전부터 접속해서 소위 끊임없는 광클릭을 해야 겨우 원하는 날에 시험을 접수할 수 있다.
여하튼 지하철로 출근하는 길에 겨우 시험을 신청했다. 공정 위주로 외우고 시험장에 갔는데 마침 비가 내렸기 때문에 마카롱 같은 것은 나오지 않겠지...싶었다. 품목은 마들렌. 집에서 두 번 정도 만들어 본 터라 공정은 자신 있었지만 반죽을 틀에 균등하게 붓는 것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버너를 사용하는 중에 부탄 가스를 잘못 끼워서 연기가 치솟았는데 그걸 또 심사위원이 봐서 한 마디 들었다. (남자 심사위원이었는데 '이러면 어떻게 해. 제대로 해야지'라는 식으로 반말을 해댄 기억이 난다. 날 어리게 봐줬다니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풀린다)
최종 결과물은 좀 들쭉 날쭉했지만 그래도 제 시간에 제출했는데 다행이도 결과는 합격이었다.(아슬아슬 했다) 첫번째 시험에 떨어지고 생각 외로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제과 합격 이후 실물 자격증을 두 손에 넣으니 기분은 정말 좋더라.
그래서 그 뒤로는? 제과제빵 계열과 전혀 무관한 직장일 때문에 프로 베이커로의 길은 주춤거리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만드는 빵과 케이크는 퀄리티가 높아졌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만든 티라미수는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맛있었고 지인들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한 두 시간 만에 후다닥 쉬폰 케이크를 만들어서 근사하게 포장해서 줄 수 있다. 이 기술들을 언젠가는 확실하게 써먹을 날을 기다리며 올 봄에는 케이크 디자인반을 3개월 간 주말에 수강하기도 했다.
제과 제빵 자격증 따길 잘 했을까? 결론은 취미로 시작된 베이킹 생활에 더욱 도움이 되었고 더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하겠지만 무언가 구체적인 출발점이 되었다. 몇 달 전 동네에 작은 개인 빵집이 오픈했다. 여자 사장님이 혼자 하는 가게인데 빵 구성이며 가격, 가게 분위기 등이 참 좋았다. 내가 만약 먼훗날 빵집을 한다면 딱 원하는 그런 스타일과 규모였다.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 그게 제과 제빵 기능사 자격증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떡지고 퍽퍽한 제누와즈를 만들지 않는 내 자신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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