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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박남옥 -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by 가늘고길게 2018. 5. 29.

박남옥 자서전을 읽었다.

여성이 영화판에서 감독으로 입봉하기가 아직도 쉽지 않은 지금인데 1950년대에 영화를 연출한 여성이 있었다니.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출산한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작품 준비를 들어갔으며, 촬영 현장에 늘 아기를 업고 다녔다는 박남옥.

게다가 진행비를 아끼기 위해 아침마다 장을 봐서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는 얘기는 처절하다.

박남옥 본인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꼽는 '진주에서 부산까지 카메라 수송기'에서는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다. 아기 키우기의 고달픔도 경험했고 영화 현장의 강도 높은 노동도 알기 때문이었을까.

박남옥은 연출자이자 프로덕션 총괄로써 또 아이의 보호자로써 영화 <미망인>을 찍는 동안 

정신적, 육체적으로 바닥을 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또 얼마나 열악했는지.


그래서였을까 박남옥은 그 뒤 영화판을 떠나 출판사에서 근무하며 남은 여생은 영화업과 무관한

인생을 산다. 영화 감독 이후 박남옥의 인생도 참으로 치열했고 열정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싱글맘으로써 딸을 잘 키우고 적지 않은 나이에 미국 이민을 선택한 것을 봐도 그렇다.


박남옥이 만약 남성이었고 어린 딸의 육아에서 좀 더 자유로웠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비록 <미망인>이 흥행 실패했더라도 두번째, 세번째 작품으로 만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박남옥이 남긴 자랑스럽고도 처절한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은 그의 치열한 열정의 결과다.


비록 군데 군데 그의 일제,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대한 의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박남옥의 열정적인 삶 만큼에는 경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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