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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by 가늘고길게 2017. 3. 8.

트워터에서 화제가 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내가 직접 읽기도 전에 지난 달 만난 고교 시절 친구들에게 소개를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먼저 읽고 강추한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는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으며 읽고 나서는 딸 키우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김지영'은 내 세대의 가장 흔한 여자아이 이름이다. 5-60명 정도 모여 있는 반에 많게는 '지영'이가 2명 있던 적도 있다.

태아 성감별 양수검사를 흔하게 했던 80년대에 태어나 여러모로 성차별적이고 남아 중심적인 사회에서 자라난 김지영.

대학에 가서도 취직을 해서도 결혼과 육아에서도 그녀는 존중 받을 만큼 받지 못했다.


구구절절하게 공감이 되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와 겨우 이름 마지막 글자만 다를 뿐인 김지영.

셋째 딸로 태어나 탄생부터가 저주였던 나. 결국 엄마는 태아 성감별 검사를 통해 내 밑으로 남동생을 낳으신 것도 소설과 같다.

학창 시절 성차별부터 취업 후 차별, 결혼 후 불평등. 그리고 경력 단절과 '맘충'으로 치부되는 사회의 잔인한 시선까지.

이 모든 내용이 그저 '허구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대한민국 여성은 단 한명도 없을 거다.


디테일이 기가 막히게 좋았고 무엇보다 현재 30대 여성들이 가장 직면해있는 위기와 차별을 잘 풀어놓았다.

어렵게 대학 들어가서 나름대로 인정 받던 사회인이 출산과 육아로 얼마나 참담하게 추락하는지 잘 묘사했다.


친구의 말처럼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나라는 과연 딸을 키우기 적합한가 의문이 들었다.

결말도 참으로 찝찝했다.


계속 싸워나가야 하는 수밖에 없는걸까. 

매일 두 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가능성을 얘기해 준들 이 사회에서 그게 통할까.


얼마 전, 여성가족위에 소속된 모 국회의원이 이 소설을 구입해서 전 국회의원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그 어떤 실태 조사 자료보다 설득력 있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제발 책임있게 여성 문제를 해결해라. 여성들을 무시하지 말라.

여성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다.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