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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견문록 - 요네하라 마리

by 가늘고길게 2017. 1. 13.

가끔 읽게 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


'교양 노트'를 시작으로 '프라하의 소녀시절' 그리고 최근의 '팬티 인문학'까지.

어린 시절 짧게 외국 생활을 해온 경험이 나와 유사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위트 있고 간결한 그의 문체가 매우 마음에 든다.

안타깝게도 몇 년 전 난소암으로 요절했다고 한다. (56세에 타계했지만, 요즘 시대에 보면 참 이른 나이다.)


몇 권을 읽다보니 요네하라는 과거의 미세한 기억들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그것을 풀어내는 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특히 프라하에 살던 시절)에 의문을 갖고 있던 음식이라든지

인물, 사건들을 있지 않고 있다가 성인이 된 뒤에 그것을 추적해서 '아, 그래서 이랬구나!'하는 식으로 발견한 것을 소재로

쓴 글이 많다. 


누구나 이런 것들이 있을 텐데 이런 기억들을 놓지 않고 끄집어내서 잘 풀어나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이번에 읽은 '미식 견문록'은 그중에서도 음식에 관한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발견한 것들을 모았다.

러시아인들이 농담 중에서 '여행자의 아침식사'라는 단어만 나오면 배꼽이 빠지게 웃어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무지 맛 없는 사회주의 시절 통조림의 이름이었다든가. 하는 식의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있다.


또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묘사하는 능력이 무척 탁월하다. 

오니기리(번역은 '주먹밥'으로 했지만), 우메보시와 흰쌀밥에 관한 내용에서는 당장 만들어 먹고 싶을 정도였다.

작년에 담근 우메보시를 오랜만에 꺼내 먹어야겠다.


나도 누구 못지 않게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남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둘다 요새는 좀 주춤해진 것 같다. 일도 잘 안되고 세간에 한 숨만 쉴 일들이 많아서 일까.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