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에 다녀왔다
주머니 사정도 별로고 되는 일도 없어서 무슨 여행인가 싶었다.
그런데 추진력 있는 남편이 항공권을 예매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네 식구가 타이베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5박 6일이라는 기간 동안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 했다.
아이들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하고 우리 부부가 시간적 여유가 되어서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부족한 잔고가 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
동생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대만 직원이 있었다. 그 때 그 친구와 대만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한 번 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불과 2시간 남짓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 곳은 생각보다 친숙하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미식의 나라 답게 먹거리가 정말 풍부했다. 미쳐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았다. 아쉽기만 하다.
여행 전에 대만의 역사도 찾아보았는데 식민과 억압의 역사가 우리와 비슷했다. 예전에 본 허샤우시엔의 '비정성시'가 그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원주민과 본성인 외성인 등 복잡하고 기구한 정치와 역사 속에서 버텨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에 다녀오고 대만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10년도 전에 잠깐 배운 중국어에 대한 기억도 어렴풋이 되살아났다. 중국과 다르게 한자를 우리와 같은 '번체'로 사용하는 것도 친숙했다. 다음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그때는 간단하게나마 중국어로 소통했으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입한 카페에서 한 50대 여성분이 대만으로 어학연수를 몇 달 다녀와서 적은 글이 있었다. 내가 바라는 삶이다. 돈과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열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그런 삶이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이 새삼 많이 자랐음을 느꼈다.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버스 투어와 야시장을 잘 다녔다. 고궁박물관을 다니면서 전시물도 관심있게 봤고 여행의 감상을 나누는 즐거움도 좋았다. 앞으로 자주 다니고 싶다.
꿈을 꾸고 온 기분이다. 여행을 다녀오신 엄마가 늘 이렇게 말씀하셨었다.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렇다. 또 이런 꿈을 꾸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