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10월의 마지막 주말 저녁을 위해 몇 주전 예매해둔 공연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확인한 참사 소식에 너무나 마음이 무거웠다. 젊은 생명들이 무능한 행정 시스템으로 또 희생되었다는 사실에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
김도현 피아노 리사이틀은 이런 무거운 마음을 위로해준 공연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스테이지에 김도현 님이 올라섰는데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차분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위해 첫 곡을 연주한다고 했다. 부조니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작곡했다는 곡은 바흐에게 영감을 받아 대위법으로 무척 풍부한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무거운 마음에 위로가 된 첫 곡이었다.
곧 이어 내가 이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꼭 봐야겠다고 결심한 두 곡이 연주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과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르슈카다.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찾아본 각종 유튜브 영상 중에서 김도현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부조니 콩쿠르 그리고 최근의 더하우스 콘서트 영상까지 보면서 계속 감탄했다.
<김도현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김도현 스트라빈스키 페트르슈카>
그의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은 독보적이다. 매우 개성이 강하다. 그 동안 들었던 12번 소나타와는 완전히 다르다. 힘이 있고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연주하는 동안 이 피아니스트의 표정이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음악을 표현해 내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는 표정이랄까. 이번 공연에서도 이 곡을 듣는 내내 그런 느낌이었다. ‘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전 이렇게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느껴보세요.’ 이런 메시지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페트르슈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몰입감이 강한 연주였다. 온 몸으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 프로그램 북을 보니 엄청난 난곡이라고 하던데 전곡이 끝날 때까지 숨이 멎을 정도였다. 특히 첫 부분의 도입부가 강렬해서 계속 맴돌았는데, 인터미션 때 복도에서 어느 남자분이 그 부분을 허밍하고 있어서 동질감을 느꼈다.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도 좋았다. 클래식 초보로써 처음에 이 곡을 들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들을 수록 매력 있는 곡이다. 라이브로 들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앵콜곡인 (아마도) 쇼팽의 에튀드는 너무나 유려했다. 앵콜곡을 더 연주 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달 부천필 공연도 예매를 했으니 이대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