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이 와중에 스무 살> - 최지연 장편 소설

가늘고길게 2022. 10. 25. 12:03

이 와중에라는 제목의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말의 의미를 뜯어보자면, ‘도무지 어떤 것을 행하거나 받아들일 상황이 아닌데 자연적으로 혹은 불가항력적으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이 와중에스스로와 주변을 더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특별한 상황 설정이나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무살 무렵의 주인공과 열 여덟 살 차이나는 엄마의 삶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어렵게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는 주인공 은호는 이혼 후 서울로 올라온 엄마와 생활한다. ‘성장 소설이라는 타이틀답게 은호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뿐만 아니라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은호와 엄마가 다투는 상황이 매우 리얼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은호에게 이입했지만 대개는 엄마의 편에서 그 장면들을 읽어 내려갔다. 대사를 주고받는 상황이 현실감 넘쳤다. 어떻게든 서로 말싸움에 지지 않으려는 엄마와 딸의 상황이 잘 표현되었다.

진로, , 연애, 가족에 관한 고민에 치여 줄곧 안도할 수 없는 주인공이 이 와중에도스무살이 되며 얻는 가치와 결론이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윤지 선배, 카페 사장님, 상담사 등 선한 주변인들을 통해 은호 스스로가 본인에 대해 더 통찰하게 된 것도 좋았다.

또 엄마가 사업 파트너인 반신욕 아저씨와 헤어지고 난 뒤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은호는 내심 엄마가 반신욕 아저씨와 연애하여 팔자라도 고쳤으면 싶었지만 그런 관점이 엄마에게는 상처였음을 깨닫는 지점이 좋았다. 엄마가 자신을 사이코 딸이라고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어로 최고(사이코우 さいこう) 의미한 것을 알게 장면은 무척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가제본으로 읽었기 때문에 작가의 프로필이 나와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작가의 책을 주의 깊게 살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