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스무 살> - 최지연 장편 소설
‘이 와중에’라는 제목의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말의 의미를 뜯어보자면, ‘도무지 어떤 것을 행하거나 받아들일 상황이 아닌데 자연적으로 혹은 불가항력적으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이 와중에’ 스스로와 주변을 더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특별한 상황 설정이나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무살 무렵의 주인공과 열 여덟 살 차이나는 엄마의 삶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지방 소도시에서 어렵게 서울로 올라와 대학생활을 하는 주인공 은호는 이혼 후 서울로 올라온 엄마와 생활한다. ‘성장 소설’이라는 타이틀답게 은호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뿐만 아니라 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게 된다.
은호와 엄마가 다투는 상황이 매우 리얼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은호에게 이입했지만 대개는 엄마의 편에서 그 장면들을 읽어 내려갔다. 대사를 주고받는 상황이 현실감 넘쳤다. 어떻게든 서로 말싸움에 지지 않으려는 엄마와 딸의 상황이 잘 표현되었다.
진로, 돈, 연애, 가족에 관한 고민에 치여 줄곧 안도할 수 없는 주인공이 ‘이 와중에도’ 스무살이 되며 얻는 가치와 결론이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윤지 선배, 카페 사장님, 상담사 등 선한 주변인들을 통해 은호 스스로가 본인에 대해 더 통찰하게 된 것도 좋았다.
또 엄마가 사업 파트너인 반신욕 아저씨와 헤어지고 난 뒤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은호는 내심 엄마가 반신욕 아저씨와 연애하여 팔자라도 고쳤으면 싶었지만 그런 관점이 엄마에게는 상처였음을 깨닫는 지점이 좋았다. 엄마가 자신을 ‘사이코 딸’이라고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본어로 최고(사이코우 さいこう)를 의미한 것을 알게 된 장면은 무척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가제본으로 읽었기 때문에 작가의 프로필이 나와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이 작가의 책을 주의 깊게 살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