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언오소독스: 밖으로 나온 아이 - 뉴욕의 초정통파 유대인 공동체를 탈출하다>

가늘고길게 2022. 10. 4. 11:19

 

작년에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원작. 드라마가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에 이 책을 그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간혹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옛날 영화들을 보면 검정 모자와 코트를 입고 수염을 잔뜩 기른 유대교 남자들을 볼 수 있다. 또 미국에서 유대인들이 자본과 권력을 가진 세력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나에게 미국의 유대인이란 이 정도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하시딕(유대교 초정통파)’이라는 존재를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처음 보고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저자가 탈출한 하시딕, 그 중에서도 사트마 공동체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뉴욕으로 이민을 오면서 시작되었다. 홀로코스트의 원인이 유대인이 거주하는 현지의 비유대인과 동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철저히 사회와 분리된 채 유대교 교리 숭배와 전통을 고수한다. 또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600만 유대인의 재건이 목표라 여성들은 10대에 결혼을 하고 평균 10-20명의 자녀를 낳는다.

이렇듯 여성을 출산을 위한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남성 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인 교리와 관습이 너무나 억압적이다. 여성은 고등 교육도 받지 못하고 독서, 노래, 음악 듣기가 금지된다. 결혼을 하면 삭발을 하고 가발이나 스카프를 둘러야 한다. 자신의 체모는 남편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출산을 하기 위해 하는 의식 등 충격적인 관습이 많다.

21세기 현재 세계의 첨단이라는 뉴욕 한복판에 이런 집단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규칙과 방식에 의심을 품는다. 왜 할머니는 열 한 명의 자녀를 낳고 평생 집안일에만 헌신하며 할아버지 몰래 음악을 숨어서 듣는지 의아해한다.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를 사용하면 안되고 이디시어만 사용해야 한다. 몰래 <작은 아씨들>, <오만과 편견>, <빨간 머리 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책은 저자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더 고통을 받으며 스스로 그곳을 떠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출간 이후 데버라 펠드먼은 당연히 가족과 절연하고 하시딕으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하지만 펠드먼은 굴하지 않고 드라마 제작에도 관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알리고 있다.

드라마는 이 책에서 소재를 얻어 새롭게 픽션으로 각색한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 초반이 매우 긴박하고 구성이 좋은데 각색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호기심이 들어 유대교 전통과 코셔에 대한 자료들을 봤는데 정말 까다롭구나 싶었다. 코셔에서는 육류와 유제품을 절대 같이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유지가 안 들어간 베이글을 많이 먹는다고).

하시딕 공동체나 용기 있는 여성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