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아테나> 1권 리뷰

가늘고길게 2022. 8. 8. 15:59

발랄하고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스웨덴 동화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테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도록 책 표지가 구성되어 있지만 성별이나 나이 관계없이 누구라도 재미있게 볼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아테나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지구를 살리자 클럽(줄여서 지클)' 활동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환경 문제를 대하는 아이들의 기발하고 진심 어린 태도가 매우 재미있다. 환경 문제가 정말 심각하지만 아테나와 '지클' 아이들처럼 대한다면 잘 해결되지 않을까?

책에서 개념 없는 이웃이 노상에서 함부로 세차를 하자 지클 회원들이 지자체에 건의하고 금지시키는 법안을 만들어낸다. 작고 꾸준한 관심과 실천이 결국 환경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환경 문제를 지루하고 교훈적으로만 설명하지 않아서 좋다. 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른으로써 재미있었던 부분은 빅간과 예란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아테나를 비롯한 삼 남매는 임신 중인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으로 맡겨진다. 문제는 아테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세상 쿨한 70대라는 것. 손주들에게 자신들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자신들의 이름 '빅간'과 '예란'으로 불러 달라는 것부터 새로웠다. 일반적인 이미지의 조부모가 아닌 은퇴 생활을 온전히 자신들을 위해 쓰고 싶어하는 쿨한 노년 캐릭터들이다.

빅간의 친구 할머니들이 집에서 모임을 하는 장면에서 너무 웃긴 부분이 있었다. 빅간이 손주 삼 남매를 맡은 것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할머니들이 말한다.

- 우리가 투쟁해서 얻은 게 이거야? 바리케이드에 서서 만인을 위한 보육을 위해 싸웠던 우리가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또 애새끼들을 챙겨야 하는 거냐고.

- 빅간, 이 사태에 대해 기사를 써!(빅간은 과거 신문기자였다) (중략) 친인척한테 의존하는 스웨덴 사회의 새로운 올가미를 조명하는 기고문, 아니면 시민 제안을 해 볼 만한 사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안 그래?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맡긴 아테나의 부모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비난하는 장면이 놀라웠다. 또 모두 젊었을 때부터 사회를 변화시키려 하는 적극적인 활동가들이었고 아직도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최고의 복지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스웨덴의 시민 의식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할머니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테나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설정도 좋았다.

아테나가 좋아하는 남자아이인 유세프는 시리아에서 이민 온 가정 출신이다. 유세프의 부모는 치과를 운영하는 전문직이고 또한 기독교인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유세프의 엄마는 전설의 스웨덴 그룹 ‘아바’의 엄청난 팬이고 어려움에 처한 아테나의 가족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민자 가족이라서 받는 차별적인 시선이라든가 갈등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스웨덴 사회가 이민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이런지 아니면 이 작가가 희망는 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역시 신선했다.

저자 '엘린 에크'의 이력을 보니 TV 프로그램 진행자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장르적이면서도 대사가 찰지다. 실제 그 나이대의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말투와 행동들을 보는 것 같다. 세계 어느 나라의 아이들이건 휴대폰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번역이다. 번역자 프로필을 보니 실제로 스웨덴에서 자란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역주가 충실하게 달려있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러 고유명사의 의미들이 매우 잘 설명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재미있게 읽었다.

조만간 ‘아테나’의 2권, 3권도 출간된다고 하니 계속 읽어보고 싶다.

이미 1권은 내 손을 떠나 아테나 또래의 우리집 어린이에게로 갔다. 아주 재미있어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