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다시 치기

성인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가늘고길게 2022. 7. 1. 15:26

올해 초부터 약 반년 간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그 재미에 빠져들었다.

그 동안 주력해온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이 나름대로 연습이 되었다고 판단해서 지난달부터 3악장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잘 안되더라. 피아노에서 '스케일'이라고 하는 건반을 훑으면서 정확한 음을 짚는 주법이 있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전문가의 도움이 간절했고 주변의 피아노 학원들을 알아보았다.

개인레슨이 가장 좋았겠지만 금액이 사실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성인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주 1회 30분 레슨에 연습실 이용이 무제한이었다. 따로 연습실을 빌릴 필요 없이 피아노를 마음껏 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피아노들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점은 아쉽다.)

3일 전에 등록을 해서 두 번 연습실을 이용하고 어제 처음으로 레슨을 받아 보았다. 처음 원장님과 상담할 때 혼자 '비창 소나타 2악장'을 쳤다고 하니 원래 실력보다 수준이 높은 곡인데 괜찮았냐고 했다. 쉽지 않았는데 기초 실력 부족을 느껴서 바흐 인벤션이나 모차르트 소나타 같은 것을 제대로 쳐보고 싶다고 했다. 내 얘기를 듣더니 그럼 바흐 인벤션 1번과 슈베르트 즉흥곡 op.90 2번을 해보자고 했다.

레슨 전에 혼자 연습을 했는데 인벤션은 그렇다고 쳐도 슈베르트 즉흥곡은 정말 어려웠다. 손가락 번호가 꼬이면 그것으로 전체가 꼬여버리는 느낌이었다. 조성이 바뀌기 전의 첫 페이지만 겨우 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받은 레슨. 살짝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와 상담한 원장님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했다는 것. 어떤 연유로 레슨곡을 인벤션으로 했는지 조차 전달이 안된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인벤션부터 쳤는데 핑거링이 엉망이라는 지적을 받아서 손가락 번호 맞추는 것부터 했다. 그렇게 30분이 금세 지나버렸다. 걱정했던 슈베르트 곡은 악보조차 못 봤다. 

예상은 했지만 독학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여러 가지를 간과했었다. 기초 스킬들을 많이 배우고 연습해야 할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바흐 인벤션 전곡을 레슨 받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피아노 학원이 클래식만을 가르쳐주는 학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얼 치나 들어보니 대게 '캐러비안 해적'이나 '기쿠지로의 여름' 같은 영화 주제가들이었다. 좀 더 클래식을 위주로 가르쳐주는 데를 알아봤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