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피아노
요새 나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피아노라고 답하겠다.
느닷없지만 시작은 우연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작년 말쯤에 '유세풍'에 캐스팅 된 김민재의 전작들을 찾아보던 중에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게 된 것이 계기다. 드라마는 루즈하고 아쉬운 부분이 좀 있었지만 이상하게 삽입된 클래식 곡들은 쏙쏙 들어왔다.
삽입곡들을 찾아 듣다가 친절하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나의 관심사는 더 확장되었다.
그러다 '오느른' 채널에 등장한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소나타 16번 2악장 k545 연주가 결정적이었다. 분명히 내가 어릴 적에 쳐 본 곡인데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니. 계속 듣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샀으나 이제는 물건 받침대로 활용 중이던 디지털 피아노를 켜고 직접 쳐보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오래전 피아노 학원에서 치던 소나티네 악보가 그대로 있었다. 세광 출판사 소나티네의 14번 곡이 바로 모차르트 k.545 소나타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체르니 30번을 중간까지 치고 그만둔 피아노. 거의 30년 만에 다시 치게 된 피아노는 처음에 무척 어설펐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즐거움은 코로나 확진과 더불어 집에 붙어 있던 나를 사로잡았다. 매일 매일 두 세시간씩 연습을 하니 놀랍게도 연주 실력이 늘더라.
내친 김에 평생 로망이었던 베토벤 '비창' 2악장도 쳐보았다. 3개월을 계속 연습하니 어설프게나마 완곡할 수 있게 되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악보도 구입하고 유튜브에 관련 영상들도 찾아 보았다. 세상은 좋아져서 조금만 스마트폰을 뒤지니 고급 정보들이 잔뜩 나왔다. 이제는 유명한 피아노 곡들을 대강이나마 알고 피아니스트들의 프로필도 알게 되었다.
클래식에 대한 책도 찾아 읽으니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사회평론사에서 출간된 '난처한 클래식 시리즈'가 가장 좋았다.) '클래식빵'이라는 팟캐스트도 들었는데 작곡가의 특징, 생애, 음악의 형식 등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 보고 있다. (그 중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영화 '마지막 4중주'가 지금까지는 베스트다)
급기야는 지난 달 아이들을 데리고 피아니스트 임현정 님의 바흐 평균율 콘서트에도 다녀왔다. 가능하다면 클래식 공연도 자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 피아노를 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삶에서 관심사가 확장되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 더 살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