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몰아보기 - 사랑의 불시착
원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드라마의 시간이 너무도 길어서다. 그 동안 2시간 정도의 영화 런닝 타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시간이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얘기를 16부작으로 보다보면 곁가지가 너무 많아져서 버겁게 느껴졌다. 스토리 한 편을 이해하기 위해 내 금쪽 같은 일상을 거의 열 몇 시간 이상씩 할애를 해야하다니, 나이가 들면서 조급해지는 성질과도 맞지 않았다.
그러나 코시국이 온 뒤 극장보다는 OTT가 부상했다. 영화 제작은 점점 힘들어졌다. 최측근을 비롯하여 영화를 준비해 온 모두가 이제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현 시점에서 가장 돈이 많이 되는 컨텐츠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전 직장에서 해외 세일즈 업무를 했는데, K-pop 스타나 한국 드라마의 연예인이 착용한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잘 팔리는지 직접 체험했다.
그래서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터졌다는 '사랑의 불시착'부터 시작했다.
전형적인 로코의 공식에 K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과거 인연'서사까지. 명확한 로그라인에 풍성한 에피소드까지.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만 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재벌'이라는 캐릭터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실 윤세리가 재벌이 아니었다면 이런 스토리 전개가 불가능했겠지? 리정혁 역시 북의 고위급 인사이니 권력과 돈은 판타지와 문제 해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내내 상투적이었던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씬은 북측으로 송환되는 리정혁을 붙잡고 윤세리가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전까지는 분단과 대치라는 설정이 나름의 판타지와 유머로 전달되었다면 이 장면은 그야말로 리얼리티였다. 더불어 손예진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었다.
이렇게 드라마 한 편을 정주행했다.